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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體化)

by 까리스마 2023. 11. 20.

오늘은 이전 글에서 자주 언급한 단어 '체화(體化)'에 대한 이야기다. 
 

체화
(體化)
  • 1.명사  물체로 변화함. 또는 물체로 변화하게 함.
  • 2.명사  생각, 사상, 이론 따위가 몸에 배어서 자기 것이 됨.

 
체화의 사전적 의미는 2번째 의미인 '생각, 사상, 이론 따위가 몸에 배어서 자기 것이 됨'이다. 
여기서, '몸에 밴다'는 것, '자기 것이 된다' 것이 중요하다. 
 
직장생활 3년차 즈음의 상사에 대한 이야기다. 
그 상사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체크하는 사람이었다. 
중요하지 않은 회의자료도 토시까지 체크해서 그것도 3~4회 체크해서 수정, 수정, 수정을 거듭하는 유형이었다. 
그러니 중요한 자료는 오죽하겠나.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간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이 수많은 지시를 받는 나는 그렇다쳐도, 
쓸데없는 이 수많은 지시를 하는 그 상사도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심지어 그 상사는 나 말고 다른 직원들까지 그렇게 하고 있는데?
게다가 주말에는 부동산재테크한다고 먼 지방까지 다니는데? 
심지어 말하는 걸 보니 자기 집에서도 회사에서 하는 것처럼 쓸데없이 디테일하게 관리하던데?
어떻게 저렇게 많은 것을 챙기는데 힘들어 하질 않지? 
스타일이 정반대인 나로서는 정말 불가사의한 인물로 생각되어졌다. 
 
처음엔 시키는 입장은 좀 다른가? 라는 생각도 했으나, 
나중에 내린 결론은 
'아, 저사람은 저렇게 하는 것이 습관이구나, '체화'되었구나.'라는 것이다.

습관 習慣 
  • 1.명사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
  • 2.명사 학습된 행위가 되풀이되어 생기는, 비교적 고정된 반응 양식.

다 아는 이야기지만, 습관의 사전적 의미는 위와 같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하도 많이 해서 나도 모르게 하는 행위다. 
그 상사는 자신이 그렇게 디테일하게 챙기는지, 모든 일을 쓸데없이 다 다루는지, 
그런 자신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을 것이다. 
왜? why?
자기도 모르게 하는 행위니까. 습관이니까. 몸에 배어있는 거니까. 
 
자.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내가 자주 인용하는 공자 말씀처럼,
성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는 모든 일을 대할 때
최대한 많이 접한 뒤, 바람직한 것은 취하고, 의심스럽고 부정적인 것은 빼버리면 된다. 
앞에서 예시로 든 건에서는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몸에 밴다는 말은 몸에서 빠지게 하기 대단히 어렵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몸에 배게 할 것은 대단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앞의 상사가 가진 습관은 본인이 선택한 것일까?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다. 
좋은 자세는 그 자세를 취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편한대로 놔두면 우리의 자세는 나이가 들 수록 이상하게 틀어져서 결국 신체구조에 문제를 일으킨다. 
이 말은 우리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것들은 그것을 취하는 것이, 몸에 배게 하는 것이
대체로 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자다 보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즉, 편한 길을 찾다 보면 성과도 없고, 성장도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편한 정도는 고려하지 않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 나에게 필요한 것을 신중히 고른 뒤
그것을 몸에 배게 해야 한다.
필요한 것들은 대체로 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른바 '1만시간의 법칙'이란 게 존재하는 것이다. 
하루 8시간을 잡았을 때, 1만시간은 약 3.5년에 달하는 시간이다. 
3.5년은 바쳐야 어디가도 내놓을 수 있는 전문역량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전문역량이란 것은 결국 3.5년간 몸에 배게 만든 그 무언가인 것이다.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의 기준과는 별도로,
나 또한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을 만드는 데 3년 정도가 소요되었던 것 같다.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역시 인생은 운7 기3이란 것이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불과 3개월 만에 입사한 부서가 아닌 기획실로 발령이 나서
회사에서 가장 유능한 사수를 만나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받은 것 자체가 엄청난 운이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에 더해진 것은 그것을 이겨내겠다는, 그래서 인정받고야 말겠다는 
개인적 특성 정도였다. 
 
그렇게 해서, 원래 느긋하고, 여유만만, 대충대충의 성격이던 내가 
업무적으로는 굉장히 꼼꼼하고, 철두철미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으로 변모하였다. 
(내 본성 저 밑바닥 어딘가에 원래 있던 성격인지는 잘 모르겠다 ㅎㅎ)
어느 틈엔가, 나는 모르는 사이에 업무적으로 빈틈없는 것이 몸에 배어 버린 것이다. 
 
체화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아무 생각이 없이 일처리를 해도 틀림이 없었다. 
일을 하는 데 생각하는 노력과 시간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일 말고 다른 것에 쏟을 노력과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본업에서도 충분한 성과를 거두면서 말이다.
그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커다란 이점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 중에 하나가 입사 초기 3년간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러하듯, 말은 쉬운 것이다. 
입사 초기 3년간의 기억이 이렇듯 강렬하다는 것은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나를 돌이켜보면,
하루일과 내내 업무에 몰입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퇴근시간은 거의 밤 11시 전후였으며, 
단 하나의 업무도 그냥 처리한 적이 없었다. 
해당 업무의 히스토리를 전부 파악하기 위해 결재에 남아 있는 전임자들을 찾아다니며 질문을 던졌고, 
해당 업무를 잘하고 있는 우리회사보다 나은 시스템의 회사에 다짜고짜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은 기본이었다. 
끊임없이 우리 회사와 벤치마킹 대상 회사와의 차이를 연구했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반드시 해야 하는 것과 버려되 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러다 결국 크게 건강을 해치기도 했지만...
아무튼, 체화라는 것은 일반적인 노력과 의지로는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체화를 견인하는 동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오기가 되었건, 욕심이 되었건, 자기만족이 되었건, 
아니면 안할 수 없는 강제력이 되었건 말이다. 
 
그 과정이 순탄할 리는 절대 없다. 
만일 순탄하게 체화를 득했다면, 그사람은 원래 뛰어난 사람이다.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그 과정에서는 성과가 반드시 나지도 않고, 성과가 난다고 반드시 보상이 따르지도 않는다. 
간혹 알아봐주는 사람 몇몇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ㅆㅂㅆㅂ  욕 하면서 그냥 하는 것이다. 
그냥 하는 것이다. 
그냥 하는 것이다.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존재에게 있어서 
어찌보면 '그냥 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지만 ㅎㅎ
 
그냥 하는, 그냥 해서 습관을 만드는, 체화를 하는 것을 위해 도움이 되는 
내가 좋아하는 말씀을 올려본다. 
중용 23장과 간디의 명언이다. 
 
몸에 배게 되면, 습관이 되면, 
그것이 곧 운명이 되고, 
나와 세상을 바꾼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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