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 9편 [세난] 이야기다.
군주에게 ‘유세’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비가 활동했던 전국시대에는 지혜로운 자들이 ‘유세’를 통해 벼슬을 얻어 뜻을 펼치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 떠돌이 유세객들이 군주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경우가 매우 드물었고,
한비 자신이 처절이 경험했기 때문에 이 편을 통해서 그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지난 번 8편 [고분]과 이어지는 내용이고, 군주 즉 대빵과 가까워 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왜 어려운가?
한비는 다음의 4가지 경우로 설명하고 있다.
1. 상대가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인데, 이익을 중심으로 설득하면 속물이라 여겨져 홀대 받는다.
2. 상대가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인데, 명예로 설득하면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이라 여겨져 홀대 받는다.
3. 상대가 속으로는 이익을 좇지만, 겉으로는 명예를 따르는 척할 경우,겉만 보고 명예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상대역시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하나 속으로는 멀리한다.
4. 반대로 이익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속으로는 받아들이기로 결정해도 겉으로는 멀리한다.

이것 또한 4가지나 이야기했지만, 결국 이거다.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를 수 있고, 이것을 다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비는
설득의 내용이 상대의 뜻을 거스르지 않아야 하고, 설득의 말투가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유명한 단어가 바로 '역린'이다.
용의 턱 밑에 거꾸로 나 있는 비늘이 바로 역린이며, 이 것을 건드리면 용에게 죽임을 당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역린이 있으며, 설득하려는 자는 이를 건드리지 않아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대빵의 겉과 속을 정확히 파악해서 잘 맞춰내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8편 [고분]이야기에 이어서, 대빵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이야기하자면,
한비는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다.
1. 상대방이 자랑스러워하는 점은 칭찬해주고, 부끄러워하는 부분은 감싸줘야 한다.
2. 상대방이 개인적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이 공적인 타당성도 있음을 보여주어 꼭 하도록 권해야 한다.
3. 상대방이 비천하다고 느끼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있을 때는 그 일이 아름답다고 꾸며주어,
하지 않는 것이 애석한 일임을 표현해야 한다.
4. 군주의 마음에 고상하지만 이룰 수 없는 계획이 있으면, 그 일의 허물을 들춰내고 해로움을 내보여 하지 않는게 좋다고 해야 한다.
5. 자신의 의견을 채택하도록 하되 모른 체하면서 지혜를 빌려주는데 만족해야 한다.
6. 군주 스스로가 결단이 과감했다고 생각하면, 그가 실수한 일을 골라내어 화나게 할 필요가 없고, 군주 스스로가 자신의 계획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면 그가 실패한 경우를 꼬집어서 곤란하게 할 필요가 없다.
더 많지만, 대충 정리하면 이정도다.
이것도 한 줄로 정리하면,
'대빵의 마음이 편하도록 하라'
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사람의 겉과 속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력과 눈치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걸 감안해도 좀 비굴해 보이는 내용도 있는 데,
이는 내가 반드시 하고자 하는 일을 설득하기 위해서 나머지는 희생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한비도 다수의 실패를 거울 삼아 이 글을 남겼듯이,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로는 스스로
비굴해지기도,
억울하기도,
한심하기도,
부끄럽기도 해야 하며,
이 모든 것이 '최종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참아내야 하는 것이다.
즉,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이다.

나 역시 젊을 땐 분노했고, 지금은 포기가 빨라졌다.
’내 회사도 아닌데 내가 뭐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내 몸이 중요하지..’
라는 생각에...
‘세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냥 나를 설득하는 길을 택한 듯 하다.
급 우울해지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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