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NETFLEX'의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2006년 'Amazon Prime Video'의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2019년 '디즈니+'의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넷플릭스는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의 선구자다.
애초에 비디오대여업으로 출발해서 콘텐츠 보유량이 가장 많다.
그리고, 20년에 걸쳐 구축한 고객들의 콘텐츠 이용패턴을 포함한 빅데이터가 경쟁우위의 원천이다.
그 빅데이터를 통해서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센세이셔널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수 있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담보할 수 있는 카드가 되었다.
그리고, 글로벌전략 (Globalization) 과 현지화전략(Localization)을 적절히 운영함으로써
가장 친숙한 브랜드가 되었다.
이제, '넷플릭스'라는 기업명은 탈취제의 대명사가 된 '페브리즈'처럼 OTT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아마존은 이커머스가 본업인 기업이다. 고객을 아마존의 세계에 가두기(rock-in) 위한 방편으로
콘텐츠서비스를 추가하였다.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기업이니 콘텐츠까지 파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되면, 무료배송과 영상 시청, 그리고 아마존이 보유한 수많은 기기와 서비스를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아마존은 회원권 수익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고,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한다.
그리고, 늘어나는 사용자들의 빅데이터를 가지고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이 만들고,
가격과 비용을 조절해서 이익을 늘린다.
아마존의 본격적인 세계공략이 시작되면, 아마도 가장 강력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메이져 콘텐츠 기업 중 디즈니는 스트리밍서비스의 후발주자다.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애플의 파트너로서 잡스 프리젠테이션에 등장할 때만 해도
디즈니는 OTT서비스를 생각하지 않았던 듯 싶은데,
콘텐츠기업으로서 소위 나스탁 5대천왕 느낌의 'FAANG' 멤버가 된 넷플릭스를 보고 배가 아팠던 것일까?
OTT전쟁에 참전을 선언한다.
그리고, 보란 듯이 타 OOT에서 모든 자사 콘텐츠를 빼버렸다.
이 때까지만해도 '역시 디즈니 쎄네?'하는 느낌이었다.
디즈니가 호기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이 즈음 전세계를 강타했던 마블 신드롬 탓이 컸을 것이다.
소위 'MCU'의 '인피니티 사가'로 불리우며, 타노스와의 최종전을 기다렸던 설레임이 바로 그것이다.
고작 10명 남짓의 캐릭터에도 전 세계가 환장했는데,
아직 대기하고 있는 디즈니와 마블의 캐릭터는 어마무시 그 잡채...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마블이 맛이 가기 시작하면서, 디즈니의 스텝은 제대로 꼬여버렸다.
성공과 실패에는 여러 복잡다단한 원인이 존재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마블, 그리고 디즈니의 몰락의 가장 큰 이유는
'락인(rock-in)에 대한 잘못된 전략이다.
그리고, 그것의 기저에는 세계 최고, 최대의 콘텐츠 기업이라는 오만함과 팬덤에 대한 과신이 있었다고 본다.
사실 디즈니는 경쟁사가 갖고 있지 않은 '판타지'라는 엄청난 강점이 있다.
미키마우스와 도널드덕을 보며서 유년기를 보냈던 내가 막연히
'어린이 콘텐츠는 디즈니'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듯이
어린시절에 본 콘텐츠와 캐릭터의 잔상은 평생에 걸쳐 남는다.
게다가 마블까지 인수하면서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캡틴아메리카 등 친숙한 히어로를 품에 안으며
그 효과는 더욱 배가되었을 것이다.
디즈니는 그 판타지와 판타지의 팬덤을
넷플릭스의 콘텐츠 수와 아마존의 부가서비스를 깨부술 강력한 무기로 지목했을 것이다.
이것으로 디즈니만의 '해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일리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디즈니는 '해자'의 성격을 잘못 이해했다는 데 있다.
'해자'라는 것은 적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 성 주위에 파 놓은 물구덩(못)이다.
이것에 착안해서 워렌버핏이 비즈니스 개념으로 말한 것이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다.
디즈니는 이 해자를 크게 2가지로 만들려고 한 것 같다.
하나는 겨울왕국과 같은 애니메이션과 인어공주와 같은 디즈니 고전을 무기로 한 유년기부터의 락인,
그리고 다른 하나는 MCU를 기반으로 한 코믹스 팬덤을 통한 락인.
이것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성공전략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략의 실행기반을 이상한 것(?)에 두었다는 데 있다.
첫번째 이상한 것은 되도 않은 'PC주의'다.
어느 정도껏 해야지, 세상의 반이 남자고, 어린 시절 원작의 추억이 있는데,
PC주의의 사도인양 급진적으로, 전 부문에 걸쳐 디즈니는 '정서 파괴'를 일삼았다.
혁신보다 혁명이 쉽다고는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도 많은 것이 세상이치인데 말이다.
아마도 디즈니는 이것을 파괴적 혁신이고, 그것만이 차별적 경쟁력을 얻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두번 째 이상한 것은 못나가게 하는 해자를 만들어야 하는데,
못들어오게 하는 해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디즈니 콘텐츠의 힘은 근래에는 거의 다 마블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영화를 통해서는 콘텐츠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어느정도 성립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영화라는 것은 콘텐츠의 수가 그리 많지도 않을 뿐더러
나름 비싼 돈을 주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콘텐츠의 수가 많지 않으니 개별 작품 하나하나의 내용적 완결성이 있다.
그런데, OTT라는 것을 벌려놓고 보니, 경쟁사 대비 딱히 내세울게 없고,
비어있는 콘텐츠 자리를 영화로 인기를 얻은 작품의 가지치기의 장으로 활용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시간상 풀지 못했던 썰을 풀고, 데뷔시키지 못했던 캐릭터를 데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을테지
'OTT를 봐야지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자.'
'그러면, 우리 마블 팬덤은 무조건 OTT를 구독하겠지? 그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따라오겠지? 그리고 그 다음 개봉하는 영화표도 구매하겠지?'
자기들끼리는 무릎을 치면 생각했겠지.
'혹시 우리 천재? ㅋㅋㅋ'
그런데 대중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저기서 왜 저 무기가 튀어나오지?'
'주인공은 왜 별거 아닌 저것에 집착하지?'
등등 이해가 안되는 지점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OTT 콘텐츠,
그것도 한편이 아닌 시즌을 전편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 짜증나'
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라, 이렇게 복잡한 스토리라면 영화도 안 볼거야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거기에 '반 PC주의'는 덤이고....
정리하면,
디즈니는
마블팬덤을 통해 확장하려 했으나, 복잡한 설계로 인해 오히려 마블오타쿠만 남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워렌버핏이 말한 경제적 해자, 즉 한번 들어온 고객을 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락인효과를 만들고자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해자의 원래 목적인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결과론적인 해석이고, 운이 따라주었다면 다르게 전개되었을 지도 모른다.
대중 심리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 10년래 가장 성공한 상품 중 하나인 마블을 가지고,
이정도의 처참한, 그리고 별로 회생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상태를 초래했다는 것은
디즈니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이도록 한다.
이래서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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