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웹툰 '미생'에 이런 말이 나온다.
'쓸데 없는 고퀄'
'쓸데없는 고퀄'이란, 말 그대로
그렇게까지 잘할 필요가 없는 일, 없는 순간에 그렇게 함으로써
노력에 비해 성과가 미미할 때 하는 말이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수없이 마주하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퀄리티를 좀 포기할 것인가, 퀄리티를 위해 납기일을 좀 미룰 것인가'
물론 납기일을 맞추는 것이 기본이긴 하나.
퀄리티 수준에 따라 일이 되고 안되고 한다면 그 역시도 포기하기 매우 어렵다.
이러한 것은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고 누가 그랬던 것처럼,
일생을 두고, 하게 되는 선택(Choice)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 보고할까? 상사가 별로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는데 내일로 미룰까?'
'지금 반박할까? 아니면 회의 끝나고 따로 보자고 해서 반박할까?'
'지금 안된다고 할까? 아니면 조금 하는 척 하다가 안된다고 할까?' 등등.
회사에서 소위 일잘러라고 인정받는 이들은 이러한 선택을 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상황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탁월하다.
그래서 그들은 몇 배의 효율을 낸다.
당연하다.
고민의 시간이 압도적으로 적으니, 그 시간을 성과를 창출하는 다른 일로 채울 수 있으니까.
물론, 여기에도 변함없이 타고난 재능의 문제가 있다.
세상 모든 일이 재능과 운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
그러나, 수없이 말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통제할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을 접어야 한다.
우리는 통제할 수 있는 것들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많은 어려움을 자초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튼,
일잘러들이 마치 본능적으로, 반사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그들이 이미 그러한 경험을 통해 '체화'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험이란, 바로, '경계를 확인하는 경험'이다.
남들은 귀찮아서, 두려워서 하던대로, 시키는대로 했던 선택 지점에서,
일잘러들은 부단히도 경계를 두드려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쪽 거래처 사람들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는 것 같군.'
'임원급은 대체로 이정도까지는 봐주는 것 같군'
'요즘 직원들은 대체로 이 포인트에서 언짢아 하는 같군' 등등과 같은 것들이다.
관계뿐만 아니라 업무도 마찬가지다.
'부장 보고는 이 정도 수준만 갖추면 되는 것 같군'
'임원들은 대체로 이 정도 폰트와 구성을 선호하는 것 같군'
'이사회에서의 답변 수준은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게 좋은 것 같군' 등등
어떻게 보면, 모든 면에서 소위 말하는 적정선,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트라이(try)'한다랄까?
그래서, 일잘러들은 조금 과장하여,
모든 업무, 모든 상황, 모든 대상에 대해 자기만의 기준과 원칙이 있다.
어찌보면, 자신이 직면하는 모든 것에 대한 빅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하고,
그것에 대응한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 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해진 방식을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하고, 이미지트레이닝해서
반사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체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앞서 말한 것과 같다.
보통의 사람들이나 일못러들이 기획하는데 몇날 몇일이 걸려도 시원찮은 결과물이 나오는데 반해
몇 시간 안에 탁월한 기획 또는 판단을 해서 시간을 단축하고,
또 기획이 탁월하니 실행에 시행착오도 줄어들어 또 시간을 단축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잘러들은 노는 것 같은데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선 넘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선을 넘지 않기 위해서는 선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는 반드시 선을 넘어봐야 한다.
그러한 생각과 실행이 없이는 선의 위치를 알 수 없고,
나중에 중요한 시점에서 선을 넘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의 '경계'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논어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있다.
多聞闕疑, 愼言其餘, 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 則寡悔, 言寡尤, 行寡悔, 綠在其中矣
다문궐의, 신언기여, 즉과우, 다견궐태, 신행기여, 즉과회, 언과우, 행과회, 록재기중의
공자가 이르길,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고 미심쩍은 것은 제쳐두고 그 나머지를 아주 조심스레 말하라.
그러면 잘못을 덜 하리라.
여러가지를 찾아보고 문제가 될 만한것은 제쳐두고 그 나머지를 아주 조심스레 실행하라.
그러면 뉘우치는 일이 덜 하리라.
잘못이 덜하고, 뉘우치는 것이 덜해지면
비로서 '일잘러'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댓글